처음 CIJ에 도착했던 7월 중순, 모든 게 낯설었고 무턱대고 오는 바람에 내가 초심을 지키면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도 들었고, 그냥 한국에서 친구들과 ‘술 먹고 놀걸 그랬나?’ 생각도 많이 들었어요.
영어를 잘하는 것도 아니고, 사회성이 남들보다 뛰어난 것도 아니고, 왠지 공항에서 어학원에 도착하면 흔히 말하는 왕따가 될 줄 알았어요. 운전기사, 가드, 요리사, 커피숍 점원, 매점 직원, 심지어 세탁소 직원마저 외국인인데, 내가 필요한 것과 원하는 것을 영어로 말하면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첫 주에 어학원에 대해 이것저것 설명을 듣고, 테스트를 받고, 선생님을 배정 받으면서 까지도 계속 고민했어요.
그리고 수업시간에 영어도 잘 못하는데 어떤 이야기를 해야 되는지, 어떻게 수업을 진행하는지, 선생님이 나랑 잘 통하는지.. 그런데 수업을 듣고 난 후 제가 했던 걱정이 부끄러울 정도로 정말 수월하게 수업이 진행되고 이야기도 잘 통했어요.
선생님들도 사람인지라 부담스러워하지 않아도 되었어요. 물론 본인에게 잘 안 맞는 선생님이면 바꿀 수도 있었어요. 저는 아침에 일찍 일어 나는 게 부담스러워서 1교시를 다른 시간으로 바꿨지만요. 필리핀 사람들이 원래 영어와 자국민 언어 따갈로그?를 섞어서 써서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선생님들의 영어수준이 생각 이상 이었던 거 같아요. 저만 가지고 있었던 편견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문법부터 발음까지 웬만한 한국에 있는 영어선생님들보다 개인적으로 더 좋았던 거 같아요.
더 좋았던 건, 한국에서의 선생과 제자가 아니라, 친구로서 편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게 최고였던 거 같아요. 모르는 게 있으면 편하게 질문할 수 있고, 중간 중간 지루할 땐 장난도 치면서, 서로의 고민도 털어놓기도 하고. 그리고 선생님과 필리핀에 대해 이것저것 얘기하는데, 필리핀에는 어떤 섬이 있고, 어떤 날에는 축제를 하고, 어떤 술집이 제일 신나고, 선생님의 친구들도 소개시켜주기도 했어요.
특히 섬으로 여행갈 때, 선생님들께 어디 섬 간다고 여쭤보면 꿀팁을 소개시켜주시기도 했어요. 덕분에 더 편한 여행이 될 수 있었어요.
1:4수업은 그룹이 다국적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고 1:1보다는 좀 더 활기찬 분위기에 다 같이 영어로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 게 제일 좋았어요.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다른 사람들이 쓰는 표현을 들으며 외울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희 그룹멤버끼리 요리를 만들어 먹기도 하구요. 학원에 다이닝룸이 있어서 요리를 만들어 먹을 수 있었어요.
CIJ에 두 달 동안 있으면서, 평생 가지고 갈 추억을 만들어주신 친구들과, 선생님 모두 감사드려요. 이제 곧 학교에 복학하게 되는데, 여름 방학 때 시간되면 또 올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