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성자 | LILY | 등록일 | 2016-01-20 | 조회 | 1,9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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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일요일, 여기서는 시눌룩(Sinulog)라고 부르는 큰 축제가 있었다.
백여년의 역사를 가진 이 축제는, 북장단에 맞춰 두 걸음 나가고 한 걸음 후퇴하는 춤을 추면서
Pit senor! Viva sto nino! (핏 세뇨르! 비바 산토 니뇨!) 라고 외치며 어린 예수인 산토리요를 격려한다.
1년을 이 축제를 위해 준비할 정도로 시눌룩은 아주 큰 축제인데 ...
지난 주 주말은 일이 있어 시눌룩을 즐길 수 없었다.
여기 와서 가장 큰 축제인데, 거리 행진에, 불꽃 놀이에 큰 행사들이 있는데 .. 못보는 구나, 하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일이 끝나고 방에 돌아와서 누워있는데 불꽃놀이가 시작되었는지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히나가 창밖을 체크 하더니, 멀리서 하나봐, 라고 해서 그냥 멍하니 누워있었는데.
소리가 멈췄다가 다시 불꽃놀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좀 더 가까운 곳에서 하는 불꽃놀이인지 우리방에서도 볼 수 있었다.
십분정도? 히나와 멍하니 불꽃놀이를 봤다.
사진도 찍고 영상도 찍었다. 영상 안에는 히나와 내가 "와..." 하고 감탄하는 소리밖에 없지만.
오늘은 1월 20일, 히나가 끝나는 날까지 정확히 16일 남았다.
그 때가 되면 히나와 나는 5개월 넘게 함께 산 게 되는데..
히나가 가는 날이 다가올 수록, 무언가 빈 듯한 기분이 든다.
많은 이야기를 해서, 많은 곳을 같이 가서의 문제가 아니라, 방에 들어가면
방에, 내 침대 옆에 항상 있었던 사람이 없어진다는 게 왠지 허전하다.
어떻게 보면 긴, 16일이라는 시간이 왠지 짧게만 느껴지는 이유는,
히나가 나에게 좋은 룸메이트였기 때문이다.
서로 다른 나라에서 온, 나이도, 직업도 다른 우리가
한국도 일본도 아닌 세부에서 만나 서로 마음이 통한다는 게.
영어로 잘 이야기 하지 못했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문장을 만들어주고
가끔 쓰는 한국어마저 궁금해해주고 외워주고 응용하는 히나가 없었으면
나의 CIJ의 일상이 허전했을 것 같다... !
물론 히나외에도 나를 챙겨주고 함께 이야기 해주고 마음을 나눈 많은 친구가 있다.
하지만 같은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생활하고 서로의 일상에 대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본 룸메이트라는 게
히나와 내가 곧 헤어지더라도 서로를 더 끈끈하게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
히나는 히나대로 나는 또 나대로 열심히 살아가겠지만,
어느 순간 히나와 내가 또 다시 만나 오늘을 이야기 할 수 있기를.
히나가 가기 전 16일, 평범했으면. 지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