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이 이렇게 빠르다니!
뭘 했는지도 모르는 새 일주일이 지나버렸다.
정말.. 뭘 한거지? 그저 쉴 새 없이 지껄이기만(?) 했는데..^.^
수업시간표
타임테이블에는 수업시간과 과목, 선생님의 이름, 그리고 방번호가 쓰여져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시간표에 맞춰 선생님의 교실을 찾아다니면서 수업을 한다.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제서야 방번호와 선생님 이름에 조금씩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다음 주 정도에는 수업시간표를 보지 않고도 선생님의 방을 바로 찾아갈 수 있을까?
수업시간표의 일부
강의실
수업의 대부분은 맨투맨 수업을 하는 조그만 교실에서 이루어진다.
책상 하나, 의자 두 개가 모든 것인 정말 조그만 방에서 열띤 토론이 벌어지기도 하고,
웃음꽃이 피어나기도 하고, 말문이 막혀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기도 한다.
피할 곳도 없고 숨을 곳도 없다.

맨투맨 강의실이 늘어선 복도
맨투맨 수업교실은 정말 작은 공간이다.
한 골목(?)에 좌판이 쭈욱 깔려있는 시골 시장같은 느낌이어서
시끌벅적하고 활기에 넘친다.
한 골목 30여개의 방 안에서 제각각 자신 눈높이에서
필리핀의 아름다운 바다와 산과 하늘, 맛있는 먹거리, 비싼 전기세,
도수 높은 맥주, 높은 출산율 등 다양한 주제들에 대해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즐겁게 이야기를 나는다.
K-드라마와 K-팝도 당연 자주 등장하는
이야기거리다.
선생님들 취향해 따라 다양하게 꾸며진 맨투맨 강의실
그러다 보면, 채 1평도 되지 않은 공간은 어느 새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나 남쪽 민다나오 섬이 되기도 하고,
한국이 되기도 했다가, 보다 드넓은 세상이 그 곳에서 펼쳐지기도 한다.
벽면에 걸린 조그만 하얀 칠판에는
수많은 주제와 이야기거리로 가득 채워졌다가 또 지워진다.
그룹강의실 및 자습실
맨투맨 강의실 위주로 구성된 교실 한 쪽에는 그룹강의실이 있다.
그룹 강의실에서는 주로 선생님 한 분에 학생 4명인 1:4의 형태로 수업이 진행된다.
그룹 강의실 안쪽에는 자습실이 있다.
독서실은 연상하게 하는 구조다.
자습실은 수업시간 중간에 시간이 빌 때나, 저녁 시간 자습공간으로 활용된다.
에어컨과 와이파이가 빵빵하게 터지는 곳이라 방에서 쉬는 것보다
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또 다른 자습실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자습실은 Support Area 라는 이름의 방이다.
이 방이 좋은 것은 인터넷이 빠르기도 하고, 에어컨 덕분에 시원하기도 하지만, 이 방의 최애 포인트는
바로 이 오션뷰 때문이다.

창 밖으로 펼쳐진 맑은 바다와 하늘을 바라보면서 자습을 하거나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이다.
맨투맨 수업
수업은 주로 맨투맨 즉, 1:1 수업으로 진행된다.
'필리핀 어학연수'라는 검색어를 유튜브 등에서 검색하면,
수많은 체험담 내지 학원 홍보영상 등이 올라온다.

그 모든 채널들이 입을 맞춘 것 처럼 이야기하는 필리핀 어학연수의 절대적인 강점
그 첫번째가 바로 이 일대일 대면수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류층이 아니면 경험하기 힘든
개인교사와의 수업을 그것도 하루에 4~5시간씩 저렴한 비용으로 수업을 진행한다는 것은
아마 필리핀이 아니면 거의 불가능한 옵션일 것이다.
맨투맨 수업의 강점
맨투맨 수업의 강점은 자신의 레벨에 딱맞는 수업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교 시절, 한 명의 교사가 60명이 넘는 학생을 가르치던 그 교실을 생각해 보면..
(그 시절엔 영어수업도 없었지만) 그 때 영어 회화수업을 했다면
1시간 동안 혼자 영어를 이야기 할 수 있는 시간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곳은 초급자든 중급자든, 자신의 수준에 딱맞는 영어를 45분 동안
싫든 좋든 계속 이야기 해야만 한다. 이렇게 몇 시간을 반복하는데
어떻게 영어가 늘지 않을 수 있을까?
몽땅 스피킹
어린 시절 회화 중심의 교육을 받지 못한 한이라도 풀어볼 심산으로 나는 모든 수업을 스피킹 수업으로 바꿨다.
기본적으로 학원에서는 읽기과 쓰기, 듣기와 말하기, 어휘와 문법 등 체계적인 수업 커리큘럼을 짜 주고,
각 과목에 적합한 선생님을 배치해 주지만, 첫 주를 마친 후 난 모든 수업을 스피킹 수업으로 전환하는
큰 결심을 했다. 처음 받은 문법 책 등은 모두 반환하고, 회화책 한 권만 가방에 넣었다.

영어로 입시를 치를 것도 아니고, 취업 준비를 하는 것도 아닌데, 굳이 수준높은 어휘력의 습득이나
작문 등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물론, 다른 과목도 말하기에 큰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겠지만, 어떻게든 실생활에 필요한 회화를 자연스럽게 몸에 익혀
"제발 좀 현장에서 써먹을 수 있는 영어를 해 보자!"
이런 일념 때문이다.
45분 동안 무슨 이야기?
단순하지만, 참으로 지난한 과제이다.
수다쟁이라면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 말로도 2사람이 좁은 방에 앉아서
45분 동안 대화를 지속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그걸 이런 낯선 환경에서 처음 보는 사람과 그것도 영어로 도대체 무슨 이야길 해야하지?
그래서 대개는 회화 교재를 사용하면서 그 책에 등장하는 내용에 따라 이야기를 진행한다.
난 그 때 그 때 토픽을 정해 수업하는 프리토킹 방식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관건은 역시 다양한 토픽을 잘 설정하고, 수업 중 어려워했던 표현이나,
선생님에게 배운 표현을 수업중에 반복해서 리뷰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할 것 같다.
수업에서 배운 표현이나 단어 등을 다른 수업에서 반복해서 써먹는 것도 효과적일 것이다.
모든 선생님과 다른 내용의 대화를 나누는 것도 괜찮겠지만,
같은 대화의 주제를 여러 선생님과 여러번 반복하는 것도 매우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했다.
첫번 째 시간에 생각나지 않았던 단어나 표현이 마지막 수업 쯤에선 그래도 자연스럽게
되새김질(?)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긴다.
오늘은 지구 온난화 등으로 인한 기후 변화와 그로 인해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는
자연재해 등에 관해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경험 많은 선생님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이미 잘 알고 있고,
참을성있게 내 대답을 기다려 주고, 모범답안을 만들어
여러번 리뷰하게 한다.
참 고맙다.
선생님 고르기?
매주 금요일 오후 5시는 번호가 쓰여진 탁구공을 추첨하는 행사가 벌어진다. 진풍경이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신의 원하는 선생님을 고르기 위한 의식(?)이다.
(추첨의식의 사진을 찍지 못한 게 조금 아쉽다.)

학생들의 수업을 지원하는 데스크이다.
몇 주 정도 수업을 하다보면, 마음에 드는 선생님, 마음에 들지 않는 수업이 생겨나기 마련이고
그러다보니, 소위 실력있는 선생님 수업을 듣고 싶어하는 학생들이 경쟁을 하게 되고
인기 있는 수업에 신청이 몰리면, 내가 아무리 그 선생님의 수업을 듣고 싶어도 들을 수가 없다.
통 속에는 1번 부터 20여번까지 번호가 쓰여진 탁구공이 들어있고, 수업변경을 원하는 학생들이
모여서 추첨을 한 다음, 낮은 번호를 추첨한 사람부터 교사지명 우선권(?)을 획득하는 행사인 것이다.
난 스피킹 수업만 지원한 터이고, 선생님 보다 수업시간 조절을 위해 참여한 것이지만,
어쨌든 추첨해 대단히 준수한 '3번' 탁구동을 뽑았고, 다행히 내가 원하는 시간에
수업을 배정받을 수 있었다.
필리핀에서도 이런 행운이 계속 따라 주다니...
그저 모든 게 감사하다.
